도로명 이야기
조선 최고의 인재들이 공부하던 길
독서당로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강변에 위치한 도로로, 이름 속에 조선시대 특별한 교육 제도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독서당(讀書堂)은 조선 세종 대왕이 1426년에 처음 시작한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에서 비롯된 기관입니다. '나라에서 휴가(暇)를 내려(賜) 공부(讀書)하게 한다(制)'는 뜻으로, 집현전 소속의 젊고 유망한 문신들을 선발하여 6개월~1년간 월급을 주면서 직무에서 해방시켜 오직 책 읽기에만 전념하도록 한 파격적인 제도였습니다.
연산군 시대에 폐지되었다가 중종 때 부활하면서 용산(현 성동구 옥수동) 한강변에 독서당 건물이 새로 지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조선 중기의 명신 이황, 이이, 성혼 등 쟁쟁한 학자들이 학문을 연마했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서 마음껏 공부하는 것은 당대 문신들의 최고 영예였죠.
독서당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다시는 복원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국가가 인재에게 공부할 시간과 공간을 보장해 주는 것—은 현대의 연구년(sabbatical) 제도와 맥을 같이합니다. 그 자리에 지금은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섰지만, '독서당로'라는 이름이 남아 조선이 지식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